*이제 곧 겨울 옷을 모두 장에 넣어두실 분들께도 제습제를 추천합니다!!! :)
독일의 기후는 우리네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여름이 고온다습, 겨울이 저온저습인데 비해 독일 및 유럽 내륙은 여름에 고온저습, 겨울이 저온다습이다. 그러니 겨울이 오히려 더 습기가 많은 계절이고 여름은 오히려 습기가 없어 온도가 올라가도 그렇게 불쾌지수가 높지 않은 장점 아닌 장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여름은 우리의 여름보다 훨씬 쾌적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바로 겨울이다. 이 겨울 때 아닌 습기 때문에 오래된 건물들은 몸살을 앓는다. 기본적으로 독일의 화장실들은 건식 화장실이다. 욕실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문을 열어 늘 습기를 날릴 수 있도록 하고, 안에도 난방기(하이쭝)을 설치해서 최대한 습기가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겨울에는 추워서 환기도 쉽지 않은데다 여름보다 습하기 때문에 습기관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러한 것은 오래된 건물일 수록 심하다.
작년 9월 즈음 독일에 첫 발을 내딛은 베를린언니가 갑자기 벌레 사진을 보내왔다.
너 이런거 본 적 있어?!?!?
이미지 출처: http://www.lieflex.de/silberfischchen-bekaempfen.html
한번도 본 적 없는 벌레의 생김새... 그것도 로봇같이 은색으로 둘러쌓인 저것은 외계 생명체인가.... 정말 수업중에 문자받고 진심으로 경악했다. 이것이 바로 그 이름하여 질버피쉬센 (Silverfichchen)...... 좀 벌레의 일종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습하고 오래된 건물에 서식하는 벌레다. 최근 지은 집들이나 습기 관리가 잘 되는 집들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습기가 많은 곳 예를 들면 주방의 개수대, 화장실의 물이 잘 마르지 않는 타일 벽쪽, 냉장고 부근 등, 만약 습기가 잘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방 안에까지도 서식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독일에서 방 안을 최대한 건조하게 유지하는것은 이 벌레를 퇴치하는 최 우선 조건이다.
출처: http://ko.wikipedia.org/wiki/%EC%96%91%EC%A2%80
언니네 기숙사는 아무래도 오래되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해서 최대한 화장실 잘 말리고 주방 잘 말리고 했지만, 이상하게 꼭 냉장고 주변에 서식을 한다더라. 그래서 언니는 급한대로 덫 사다가 설치하고 그 주 동안 거의 이 질버피쉬센의 퇴치에 총력을 다했지만, 언니는 아직도 이것들과 함께 살고 있다. 냉장고 밑을 아예 다 막아버렸다고.... 그러나 곧 여름이니 건조해져서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나의 작은 바램이다.
그러던 지난 2월 어느날, 나는 지하 세탁실에서 우연히 이사간 친구들이 두고간 책장을 득템하게 되는데 이것을 옮겨온 후 드디어 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좀벌레라는 것과 마주하게되었다.....................
친구들이 왔던 어느날,
"언니 여기 벌레 있어요! 잡을게요~"
라고 말하고 한 친구가 벌레를 잡았는데.... 그 벌레 모양이 딱 저 로보트 딱정벌레 지네 처럼 생긴 저거였다... 바로 그 잊을 수 없는 충격비쥬얼의 그.... 그... 이름도 괴상한 질버피쉬센. 지역하면 은색작은물고기다. 물고기는 무슨.... 완전 지네처럼 생겼구만. 실제로 저 벌레는 우리 삶에 피해를 주는 해충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보기가 참..... 너무.... 그렇다.
한동한 이 벌레들에 의해 주거지를 침략받은 베를린 언니 말로는 이 벌레의 존재가 가장 싫을 때는
"어두울때 나타나서 모여서 놀다가
내가 불을 켜는 순간 사샤삭 하고 흩어지는걸
목격했을 때야."
하. 정말 상상만해도 소름이 돋아서, 일단 이 친구들에게 내 주거지를 더이상 내 줄 수 없다는 결론에 바로 도달!!! 한마리가 나왔다는 것은 다른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므로 상당한 패닉에 빠진 나는 바로 다음 날 독일에서 처음으로 제습제, 좀벌레 덫 등을 사러 나서려는데 문제는.... 단어를 모른다..... 한번도 마트에서 본 적이 없다..... 그럼 물어라도 봐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물어보지.... 결국 독일어로 제습제가 뭔지 폭풍검색질에 나섰다. 그 결과 DM과 Rossmann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로 이 징글한 벌레를 퇴치하는 방법을 모아봤다.
[질버피쉬센 덫!!!!! - Silberfischchen Koeder]
Rossmann이나 DM에 가면 해충제 코너가 한켠에 아주 쪼만하게 구석에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그곳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덫이 있다. 그 중 베를린 언니가 가장 간편하다고 했던 것은 바로 이 아래 제품인데 사실 가격대가 조금 있는 편이다. 약 3-4유로 정도 한다. 여기에 약 3개가 봉지가 들어 있는데 한 2-3일에 한번은 교체해줘야 한다고 한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게 덫이기 때문에 이 안에 질버피쉬센이 들어가 죽어있으면 봉지를 살포시 들어 버려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나는 아직 한마리 밖에 보지 못해서 일단 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덫을 사왔다. 포장에 부터 아주 그냥.... 참으로 잘 생긴 그가 붙어 있다.... 그만 만나자 우리.
이 덫을 보면 봉지는 아니고 깡통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양 옆으로 이렇게 위 처럼 BITTE HIER EINDRUECKEN! 이라고 적혀 있다. 사용법은 뒷면에 적혀 있다.
1. 우선 동전(1센트가 딱 적당함)으로 양쪽 문을 톡 따준다 - 쉽지 않다 힘을 꽤 많이 주어야 한다. 팔목이랑 손가락 첫마디 나가는줄..
2. 질버피쉬센이 나타나는 길목에 적당히 놓아준다.
3. 주기적으로 확인해보고 이 것들이 죽어 있으면 잘 털어 버려준다.
그래서 동전으로 이렇게 문을 열어주면 이 안에 방충제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아마 이게 덫이니까 이 실버피쉬센이 좋아하는 향이라도 들어있나보다. 어쨌든 나는 처음으로 이 벌레를 마주한 책장 옆에 이 것을 살포시 놓아두었다.
[옷장 좀벌레 방충제 - Mottenschutz-Duftsaeckchen]
Silbefischchen(양좀)과 달리 Motten(좀나방)은 날개가 달린 좀벌레다. 그러나 역시 습기를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때문에 옷을 많이 쌓아두면 아무래도 천이나 면이 습기를 머금을 수 있기 때문에 좀벌레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옷장에는 꼭 이렇게 좀벌레 방충제를 따로 설치해 주는 것이 좋다. 한번 생기면 골치 아프니 애초에 방지하는 것으로.....
총 3봉지가 들어 있는데 뒤의 사용 설명처럼 옷걸이에 걸어두어도 되고 그냥 옷 사이에 올려 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한국에 있을때도 옷정리 할 때면 엄마가 어릴 때는 나프탈렌을 신문지나 휴지에 싸서, 그리고 조금 지나서는 하마로이드 같은 제습제를 같이 넣어두었던 것이 기억난다.
[제습제 - Raumentfeuchter]
물먹는하마를 드디어 찾았다. 제습제는 독일어로 Entfeuchter 라고 한다. Feucht 가 습기고 Ent 가 붙으면 떼어네는 어감 그리고 맨 뒤에 er이 붙으면 행위자, 또는 그러한 물건, 매체 등이 된다. 즉 습기를 떼어네는 물건이다. 습기가 해결되지 않는 곳에는 이렇게 제습제를 두어 관리를 하는 방법도 좋겠다. 일반적으로 옷장이나 구두장 등을 관리하기 좋을 것 같다.
1-3개월 정도 사용이 가능하고 20평방미터 내에서 작용한다. 방법은 우리나라 물먹는 하마와 거의 비슷한데, 약간 수동이다...
일단 포장을 벗긴 뒤에 통을 열면 안에 제습제가 들어있는데 그걸 그림 4번과 같이 장착하고 습기가 많은 곳에 놓아 둔다. 그러나 늘 수평이 될 수 있는 곳에 놓아두도록 한다.
지난 2월 때 아닌 습기와의 전쟁을 치루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독일은 우리나라에 비해 너무나 건조해서 나는 늘 얼굴에 당근오일을 바르고 잔다. 피부는 피부대로 건조하다는데, 벌레는 벌레대로 습기가 있다고 좋단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움직여야 할지.... 너나 나나 적응을 해야 하는구나 싶다.
그렇게 6월, 벌써 4개월이 흘렀다.
사실 나는 처음 그 친구가 잡아준 이후로 한번도 질버피쉬센을 다시 본 적은 없다. 호들갑을 떨었던 영향일까 아니면 책장에 그냥 하나가 묻어왔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나 몰래 눈에 띄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일까. 진실은 알 수 없으나 다행히 나의 방은 안전 지대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덕택에 제습제를 찾았고, 옷을 잘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어쩌면 그날의 질버피쉬센은 독일 생활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주기 위한 자연의 선물이었나 싶기도 했다.
모두 질버피쉬센 없는 말끔한 하루 되세요~
by 까만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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