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비롯한 대부분의 유럽도시들이 비슷한 분위기일 것 같다. 그러나 특히 독일, 그 중에서도 메이저급 도시가 아닌 독일의 작은 도시에서 지내다 보면 정말 공부 말고는 할게 없는 나날들의 연속인 경우가 많을 수 있다.
딱히 밤문화가 발달한 것도 아닌데다가, 해당 지역에 친구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해가 지면 더욱이나 어디 나가 놀기도 뭣하고, 상점들은 7-8시 사이 문을 닫으니 시내도 조용하다. 술집이나 조금 분위기를 잡는 편이지만 이 역시 대체로 그리 번잡하지는 않다. 물론 베를린이나 함부르크와 같은 젊은이들이 많은 대도시의 경우는 우리나라 홍대나 강남삘 나는 구역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의 도시들의 경우에는 이런 경우도 그리 많지는 않다.
때문에 독일에서 공부하는 분들이 대부분 공감하는 하나는 "왜 독일에 철학자들이 많은지 알겠어. 밥 먹고 할게 생각밖에 없어." 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한마디 덧붙이자면, "뭐 물론... 맨날 생각만 한다고 내가 그 철학자들처럼 되는 건 아니겠지만 말이야..."
어쩌면 약간은 무료한 독일 생활에 있어서 정말 단비 같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 바로 마을 축제다.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또는 작은 마을 일 수록 마을 단위의 축제가 자주 열리는 편인데, 완전 시골인 우리 동네도 이래 저래 적어도 두세 달에 한번 꼴로는 뭐라도 건수 잡아서 축제를 하는 것 같다. 이래 저래 뭐가 많다.
우리나라의 지역축제들이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엄청난 목표를 내거는 것과는 반대로 유럽 여느 마을단위의 축제들은 경제고 뭐고를 떠나서 그냥 마을 사람들끼리 한데 모여 즐겁게 노는 자리다. 때문에, 일단 축제가 한번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거의 총 출동을 한다. 한 명도 빠짐없이 축제구경을 나서는 분위기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 단위의 축제는 늘 성황을 이룬다.
지역 축제는 일반적으로 해당 도시의 시청 사이트에 들어가면 확인이 가능하다. 또는, 구글에 해당도시명 + Fest(축제) 를 검색어로 입력하면 확인을 할 수 있다.
오늘은 지난 5월 말의 어느 날, 우리 동네 축제를 남겨보고자 한다.
마을 축제가 열리는 곳,
벌써 입구부터 사람들이 북적북적 인다.
Gartenfest (garden festival 정원축제)라는 이름의 축제로
각 가정의 마당 또는 정원을 꾸미는데 필요한 식물, 장식품 등을 판매하고 선보인다.
대략 이 정도의 부지에 여러 부스들이 섰다.
Willkommen (Welcome, 환영합니다)!!!!
분홍색으로 곱게 핀 철쭉(Rhododendrohn, 로도덴드론)과 조각상,
사람들은 모두들 정원에 심을 것들을 고르고,
정원을 꾸밀 장식들을 고른다.
매년 거의 비슷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해를 거듭할 수록 부스 규모나 디자인이 날로 발전하는 모습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빠지지 않고 유럽연합 홍보부스가 섰다.
이 부스에서는 유럽연합의 정책 관련 브로셔들과 기념품들을 나눠주고,
때로는 유럽연합의 정책들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독일인들에게 있어 정책에 대한 토론, 사회문제에 대한 토론은 부담스러운 화제가 아니다.
먹는 것도 판다!!!
그 중에서도 말린 꽃 잎이 있어 한번 찍어보았다.
사볼까도 싶었는데 굳이 뭐에 쓸까 싶기도 하여 일단 내려 놓았다.
열심히 연어를 굽고 있는 아저씨,
웬만한 축제에 연어는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한 켠에서는 춤판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왈츠를 추는데 이런 것도 괜히 부러운 모습이다.
우리 나라 사람들도 흥 많기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민족인데,
최근 들어 우리가 흥을 발산할 기회가 점점 적어지는 것 같다.
너도 나도 뭐 하나씩 입에 물고,
역시 독일 하면 소시지!!!
그리고 북부도시답게 생선샌드위치 파는 차도 와있다.
정원에 이런 난장이 오빠들 꽂아두면 든든할 것 같다.
뭔가 했더니 오리 궁뎅이~~~~~
옴마 완전 귀엽다!!!
궁디팡팡
개구리들도 누군가 자기들을 집으로 데려가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개미인가 베짱이인가?!
딱따구리 촛대!!!
북부에서는 guten morgen 구텐모르겐이라는 인사 대신
Moin 모인 이라는 인사를 한다.
이것은 옛 선원들의 인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모인은 아침점심저녁 구분 없이 언제나 사용된다...
이런 수공예품들도 전시된다.
모두 까만 종이를 가위나 칼로 오려서 표현한 작품들이다.
그 섬세함이 진심으로 놀라울 정도다...
실 뜨개질로 만든 열쇠고리,
잡고 머리를 위로 젖히면 열린다!!!!
뜨개질로 이렇게 다양한 인형들을 만들 수 있다니 놀랍다.
나도 뜨개질로 만든 책갈피를 하나 사왔다!!!
첫 번째 사진의 가운데 빨간색 곰 머리에 밑으로 줄 길게 달린 것이 내꺼!!!
인형극을 위한 인형이다!
은근 밤에 보면 좀 무서울 것 같기도 하다!!!
동네축제에 굳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많은 동네 사람들이 방문했다.
거의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나온 것 같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데도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축제를 즐긴다.
가끔은 우리나라 축제들도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너무 지나친 큰 포부를 가지고 처음부터 도전하기 보다는,
작게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발전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다.
물론 실효성 없는 축제에 무슨 지원이야!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즐거울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예산을 쓸 가치는 충분한 것이 아닐까.
by 까만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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