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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축제의 대표주자는 옥토버페스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독일 = 맥주, 옥토버페스트라는 인식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독일 사람들은 옥토버페스트만을 그렇게 큰 축제로 꼽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옥토버페스트가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 고장 축제이기 때문이다. 독일인들 중에도 뮌헨에서 옥토버페스트를 맞이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뮌헨이라는 동네가 남쪽에 치우쳐있기도 한데다, 각 지역별로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를 모방한 소규모 옥토버페스트가 열리기도 하며, 워낙 지역색 강한 독일에서는 그냥 자기 동네 축제를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독일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큰 축제는 아마도 크리스마스 시즌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새해 전날인 질베스터 불꽃놀이, 그리고 서북부 쪽에서 열리는 카니발, 독일 남부 바이에른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 등 지역 축제들이 그 다음을 이어간다. 물론 독일 거의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거의 매달 한번 꼴로 이러저러한 이름을 단 축제들이 열리기 때문에, 축제의 종류들을 손으로 다 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지역색 강한 독일이라는 나라 전역에서 열리는 축제가 있으니 바로 슈첸페스트(Schuetzenfest)이다. 매년 6-7월이 되면 열리는 이 슈첸페스트는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사격축제라고 직역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절대 사격만을 하는 축제는 아니다. 또한, 독일 전역 및 스위스의 여러 지역에서도 같은 축제들이 이 시기 동안 열리는데 그야 말로 중세시대 때 부터 이어져온 독일의 전통을 제대로 전승하는 축제가 아닐 수 없다.


지역별로 열리는 슈첸페스트 중 가장 상업화 되어 전세계 사람들이 놀러 와 찾는 축제는 바로 하노버의 슈첸페스트라고 한다. 아직 가보지는 못하였지만, 구글링에 의하면 그러하다.



[슈첸페스트의 역사]


역사는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는 경찰이라는 개념이 확실치 않았고 그냥 지방 영주들이 각 도시를 수호하는 역할을 하기는 했으나, 이것이 충분하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각 도시 별로 도시 및 마을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슈첸페어아인(Schuetzenverein)이라는 명사수들의 모임이 활성화 되기 시작하였고, 이들은 마을을 스스로 지켜나가는 자치방어조직으로 커나가기 시작하였다. 


어느 모임에나 중요한 것은 대표자다. 명사수들 모임답게 이들은 매년 총 쏘기 대회를 해서 슈첸쾨니히(Schuetzenkoenig) 한국어로는 '사수왕'을 뽑는다. 왕은 다음해 새로운 왕이 선발 될 때까지 이들 모임의 왕으로서 마을을 지켜나가는 자발적 책임을 부여 받게 된다. 



[오늘날의 슈첸페어아인]


이러한 행사가 중세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현재도 독일 대부분의 도시 및 마을에는 Schuetzenverein 슈첸페어아인 이라는 조직이 있다. 물론 오늘날의 이 모임은 마을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기 보다는 도시 및 각 마을의 공동체 모임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계나 향약 또는 오늘날의 마을자치회처럼 모인 이들은 서로를 Schutzenbruder 슈첸부루더 사수형제, Schutzenschwester 슈첸슈베스터 사수자매 - 직역하자면 그러하지만, 그냥 형제 자매 정도의 의미 - 로 부르며 서로의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고, 서로 어려울 때 고민을 나누고 도와주며, 마을의 행사를 조직하기도 하고, 마을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기도 한다. 


물론 요즘에는 마을마다 슈첸페어아인 이외에도 다양한 자치회가 있고, 독일 사람들은 최소한 1개 이상의 마을 자치회에 가입하여 수동적이거나 능동적인 활동을 하는데, 이것 역시 독일인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독일 사람들은 Gesellschaft 게젤샤프트 사회를 이끌어감에 있어 개인의 사회를 위한 역할과 개인의 사회를 위한 책임을 가슴에 담고 있다. 물론 이것을 강요하거나 강조하거나 사회적으로 조장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독일인들의 생활 저변에 깔린 의식으로서 나타난다.



[슈첸페스트는 어떻게 이루어 지는가?!]


슈첸페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격대회다! 사격대회를 거쳐 사격왕을 선발하면 이 사람은 다음해 새로운 왕이 선발될 때까지 슈첸쾨니히로서의 임무를 다해야 한다. 축제는 왕의 선발과 대관식으로부터 시작된다. 왕이 선발되면 모두는 왕의 집으로 몰려가서 대관식을 진행한다. 이때 직전 해 왕은 이전 왕들의 모든 휘장들이 달린 조끼를 벗어서 새 왕에게 입혀주는데 이것이 바로 대관식의 하이라이트이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왕의 부인은 Schuetzenkoenigen 슈첸쾨니겐 여왕이된다. 대관식을 마치면 독일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맥주를 마시며 축제를 즐긴다.


그리고 다음날 지역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대관식을 마친 왕이 처음으로 회원들을 위해 베푸는 큰 잔치가 이루어지는데, 왕을 위해 합창을 하기도 하고 술을 올리기도 하고 좋은 말들을 전하기도 하며 나름의 충성을 맹세한다. 그리고 역시 또... 먹고 마신다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는 왕과 왕비의 왈츠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의 왈츠가 시작되어 한 곡이 끝나면 이제는 모두 다 함께 춤을 춘다. 정말 제대로 갖춰진 축제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고럼 사진과 함께 만나요~


아쉽게도 사격대회는 보지 못했고, 이제 결정된 새 왕의 집으로 갑니다. 



왕을 만나러 가는 길, 길가에는 벌써 장식이 되어 있다.



이 동네 왕은 좀 부자인 듯......


이게 무슨 마을회관이 아니라 집이다.....


저 문을 통해 이제 곧 행렬이 들어올 예정!!!! 


참고로 이댁 아버님은 89년도에 왕을 하셨다. 



드디어 행렬이 들어온다!!!


음악대와 함께!!!



가운데 들어진 과녁은 이제 이 집에 어느 곳엔가 상징으로 걸릴 것이다.



모든 회원들이 왕을 맞이하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왕의 집 정원에 모인 회원들,


이제 왕을 맞이할 시간이다.



맨 왼쪽에 주렁주렁 뭐가 달린 까만 조끼를 걸치신 분이 바로 왕이 되신 분이다!



대관식이 끝나고 이제 모두들 왕과 왕을 돕는 사람들과 악수를 나눈다. 



어디나 빠질 수 없는 역시 맥주!!! 



왕과 함께 이제 한 해 동안 슈츠페어아인을 이끌어갈 지도자들, 




모자가 너무 귀여워서 찍어보았다. 





1979년부터 역대 왕들이 걸어준 휘장들이 걸려있다.


이전의 휘장들은 너무 무거워서 따로 보관했다고 한다. 


왕들은 다음 해에 이 조끼를 물려줄 때 자비를 들여서 이 휘장을 하나씩 해줘야 하는데,


이게 하나에 100유로가 넘는다고 한다. 



술이 나오는 것은 본 적도 없는데 비어진 술잔만 많다



다음날 일요일, 우리는 마을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갔다. 



슈첸페스트가 열리는 이곳!!!!


짚단으로 인형을 만들어 둔 것이 귀엽다.


모두들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



절대 빠지지 않는 맥주!!!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다. 



올해 여왕이 되신 이분!!!!


다행히 왕과 여왕은 공식적인 사람들이라 이렇게 사진을 올려도 된다고 한다. 



왕과 지도부들이 합창단을 맞이해주고 있다. 



왕에게 노래를 헌정하는 합창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축제를 즐기고 있다. 



올해 왕에게 수여되는 휘장과 패! 



왕과 여왕의 춤으로 파티는 시작된다!!! 



이제 지도부들도 나와서 함께 춤을 춘다!! 




곧 이어 벌어진 춤판!!!!!

모두 함께 크게 춤판 한판이 벌어진다!!



이번에도 드는 생각이지만, 지역축제나 마을 축제들이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테마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전통을 지켜나가고, 마을만의 특수성을 보태어 나간다면 더 즐거운 행사가 되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의 축제들이, 정말 마을 모임, 동네 축제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포스팅을 마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되세요~


by 슬아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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