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댁 어르신의 취미는 정원 가꾸기인데 이 할배 휴가가시면서 정원에 열린 열매들 그 동안 안 따먹으면 어차피 못 먹으니까 먹을 수 있는 만큼 다 먹고 딸 수 있으면 다 따서 남는 거 얼려달라고 신나는 부탁을 하고 가셨더랬다. 그래서 채취에 나섰다.
브롬베렌 (Brombeeren)
우리 흔히 아는 이름은 블랙베리! 원산지는 북아메리카로 라즈베리의 일종이라고 한다. 이름 그대로 까만색이다. 최근에 독일 마트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독일 마트의 팩에 담긴 베리들은 주로 Himbeeren 힘베렌(라즈베리), Heidelbeeren 하이델베렌(블루베리), 그리고 이 브롬베렌이다. 할배의 정원에는 엄청난 크기의 브롬베렌 덤불이 있는데 채취를 하려면 긴 팔 긴 바지를 입고 따는 게 좋다. 가시가 너무 많아서 따꼼따꼼 덤불에 자꾸만 걸린다. 맛은 새큼한 맛이 강하고 약간의 달달함이 있는데 딸기와 함께 잼으로 만들면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잼이 탄생한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는 할배 정원의 딸기를 이미 다 잼 만들고 얼려 놓은 게 없으므로 패스... 그러나 딸기 꽃이 또 핀 것을 나는 봤지롱....
까맣게 다 익은 브롬베렌만 따서 그릇에 담는다. 이 작은 덤불은 정원의 또 한 켠에 있는데 여기의 브롬베렌은 햇볕을 덜 받았는가 더 시큼한 맛이 강하다. 큰 덤불이 있는 쪽에서 따온 것들이 훨씬 더 맛있다.
하이델베렌 (Heidelbeeren)
우리가 흔히 아는 말로는 블루베리! 눈에 좋다고 하는 이 블루베리는 마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마트에서 파는 블루베리는 거의 90퍼센트가 농장에서 따로 재배한 것이라는 사실. 그래서 과육이 일반 숲에서 자란 블루베리보다는 튼실하고 더 달달하다. 그러나 할배네 정원에 있는 블루베리는 야생블루베리에 가깝다. 맛은 더 시큼하지만, 야생블루베리의 영양성분이 재배한 블루베리보다 뛰어나다고 들었다.
새파랗게 익은 베리들만 똑똑 끊어서 따준다. 아직 다 익은 블루베리가 많지 않다. 블루베리를 배터지게 먹으려면 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힘베렌 (Himbeeren)
우리가 아는 말로는 라즈베리,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산딸기와 가장 흡사하고 맛도 가장 비슷하다. 그러나 과육은 좀 더 큰 편이다. 브롬베렌 따듯이 따주는데 알맹이들이 쉽게 흐트러져서 예쁜 모양으로 담기가 어렵다.
야파니셰 바인베렌 (Japanische Weinbeeren)
직역하면 일본와인베리인데, 찾아보니 우리말로는 붉은가시딸기 또는 곰딸기라고 한다고 한다. 영어로는 와인베리, 저패니스 와인베리, 와인라즈베리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아시아의 라즈베리로 한중일에서 자라난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본 적이 있더래도 이름을 몰라서 그냥 산딸기인 줄 알았을 것 같다. 위의 다른 베리들 다 합쳐도 이 곰딸기 맛은 못당한다. 역시 베리류는 아시아출신이 맛나나 보다. 딸기도 한국딸기가 맛나듯이 이 베리도 아시아 출신이라 그런가 훨씬 달달하고 맛이 좋다.
할배의 정원을 이 작은 통 하나를 들고 누비고 다녔다. 딱 간식으로 먹을 만큼만 따고 남겨주었다. 브롬베렌을 빼고는 다들 과실수가 한 수씩뿐이어서 양이 많은 편이 아니다. 브롬베렌은 벌써 할배랑 같이 한번 땄는데 세 양동이를 땄는데도 다 못 따서 며칠 뒤 할배 혼자 한번 두 양동이를 따내셨다. 그러고도 아직 덜 익은 베리들은 아마 곧 이웃이 와서 따갈 예정이라고... 그 전에 익은 게 보이면 나는 채취해서 얼리는 걸로!!!
다 씻어놓으니 색감이 맘에 든다. 1사분면은 브롬베렌, 2사분면 힘베렌, 3사분면 하이델베렌 그리고 4사분면이 와인베렌이다. 다들 독특한 맛을 자랑하니 오늘은 간식이 점심 저녁보다 입맛을 화려하게 만들어준다.
by 까만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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