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이유는 20대 후반에 겪었던 황당했던 경험 때문이었다.
차기 프로젝트 계약건으로 요구 사항을 미리 파악하기 위해 중앙부처 한곳을 방문했었다. 과장 혹은 차장급으로 보이는 담당자에게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네는 순간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내가 건넨 명함을 자기 책상 위로 그냥 툭 던지는 것이었다.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면서 목격한 그 광경은 마치 슬로우 모션 같았다. 내 명함이 회전을 하면서 천천히 날아가 그 사람 책상 위에 떨어질 때까지의 장면에 당황스럽기도 하면서 어이도 없는,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간단히 미팅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기분이 나쁘다는 생각보다는 사람을 저렇게 무시할 수도 있다는 것에 한참 동안을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짐했다.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고.
몇 년 후, 광고예산 집행을 담당하며, 한 광고회사 영업이사님과 첫 미팅을 가졌다. 그분 성격이 그럴 수도 있지만, 50대의 영업담당 간부가 30대 초반의 나를 너무 존대하시는 것이었다. 아마 갑과 을이라는 위치라는 것과, 그리 크지 않은 광고라도, 영업담당자 입장에서는 반드시 수주를 해야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분의 이력을 살펴보니 나름 국내 상위 광고업체에서 근무하셨다가, 나이 혹은 어떤 이유로 중견 광고회사로 옮겨 직장생활을 이어가시는 것 같았다.
객관적 기준이 있을 수는 없지만, 광고를 집행하며 나름대로 그분에게 갑질을 하지 않고, 일반적인 업무 파트너로 대하려고 노력했었다. 과거의 개인적 경험도 있었고, 갑과 을의 위치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뻘인 그분께서 젊은 담당자에게 굽신거리는 상황이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대의 경험도 있었다. 회사 프로젝트를 대행하던 컨설팅업체와 일을 하면서 나 역시 과거 직장에서 여러 프로젝트에 팀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었기에 최대한 그들의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했었다.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미팅 등을 줄여 최대한 프로젝트 완성도에 그들의 작업 시간을 투여할 수 있게 말이다. 그러나 이 업체는 프로젝트 완성도나, 작업 진척도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결국은 팀장님이 업체 담당자를 불러 한바탕 난리를 친 후에야 프로젝트가 좀 더 수월하게 진척되었다.
여전히 갑질을 하지 않고, 인격적으로 상대방을 대하겠다는 다짐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호의를 상대가 갑이든 을이든 악용하는 사람들을 얼마 길지 않은 직장생활에서 참 많이도 겪었다. 우리나라의 갑질 문화는 분명히 개선이 필요함에도, '갑과 을' 모두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갑질의 폐단을 줄일 수 있는 보다 본질적인 해결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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