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김영란법은 다소의 개선할 부분이 있는 법률임에도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사회의 효율성과 공정성을 떨어뜨리는 접대문화가 너무나 만연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 겪었던 사례들입니다.
#공공기관 프로젝트 수주 후 보통은 수주회사 임직원과 발주처 공무원들이 식사자리를 갖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는 관련 담당자들과의 인사 차원에서, 진행 중에는 감사위원들에게 식사 대접, 프로젝트 종료 후에는 사업 마무리를 기념하는 회식. 10여 전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 겪었던 일들이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는 흔한 풍경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식사자리 한번 정도로 치부할 수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이 모든 식사비용을 프로젝트 수주비용에서 제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인력 투입 일수를 줄인다거나, 다른 방식으로 이 비용을 회수하려 합니다. 결국은 사업완성도에 손실을 끼칠 수밖에 없으며, 나아가 세금이 엉뚱하게 사업을 위해서가 아닌, 밥 먹고 술 먹는 데도 지출된다는 것입니다.
#기자협회에서 김영란법에 언론인들이 포함됐다는 것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홍보팀에서 근무할 당시 몇몇 기자들은 식사시간에 맞춰 기자실에 있습니다. 이럴 경우 대부분 회사 입장에서는 식사를 제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유대관계 형성을 위해서 빈번하게 술자리를 갖는 것은 홍보 담당자나 기자들이나 익숙할 것입니다. 규모가 큰 회사의 홍보팀 지인들에게 듣는 기자접대에 비하면 제가 회사 생활을 하며 직접 경험했던 식사제공, 술자리는 정말 미약한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석박사 논문 심사 시 담당 교수들에게 심사비를 건넨다고 알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석사학위를 하면서 주변 친구들로부터 지도 교수님에게 심사비를 건넨다거나, 선물한다든지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당연히 액수나 선물 종류에 대해 학생들이 쓸데없는 고민과 근심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심사비 관련해서 국내 모 커뮤니티에서 ‘형편에 따라 하면 되지 않나?’ 라는 몇몇 사람들의 의견에 씁쓸했습니다. 심사비가 논문 평가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이들이 학위를 마치고 교수가 되어 논문심사를 할 때 이러한 관행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요?
김영란 법으로 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불필요한 접대비, 경조사비를 절약하면 어떤 식으로든지 다른 용도의 지출은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접대비가 기업의 유보금이나 예금으로 모두 전환되는 기적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결국 지출 대상만 다를 뿐 시장으로 다시 흘러들어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향상되는 무형의 가치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김영란법이 경제적으로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장은 이러한 관행을 벗어나 행동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혼란과 불편함이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우리 사회가 좀 더 투명해지고, 공정하게 되는 데 분명 도움을 주는 유익했던 성장통으로서 평가받을 것입니다.
'사회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동 국가들의 외교 분쟁으로 고립된 카타르 - [BBC] (0) | 2017.09.25 |
---|---|
CNN 인터뷰 기사 - 떠오르는 한국의 대표 배우 공유 (0) | 2017.09.24 |
Anti-gay law 피해자들에 대한 복권과 피해 보상 법안 독일 하원 통과 (0) | 2017.08.28 |
국가고시제도 - 과연 합리적인 인재 등용 방식일까 (0) | 2017.08.25 |
갑질 문화 (0) | 2017.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