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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폴리는 가장 유명한 보드게임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누구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모노폴리의 최초 발명가는 놀랍게도 19세기 미국에서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했던 엘리자베스 매기 (Elizabeth Magie)라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신문광고에 자신을 ‘젊은 여성 노예’라고 소개하고 경매를 붙이는 도발적인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는데 이 광고는 그 당시 남성에 종속되어 있던 여성들의 억압받는 상황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여권 신장 노력 외에도 매기는 자본주의 체제의 부의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반독점 지지 정치인이었던 아버지가 건네준 헨리 조지 (Henry George)의 명저 - Progress and Poverty (1879) 읽고 그녀는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헨리 조지는 19세기 미국 내 토지 소유 불평등이 빈곤을 야기한다고 인식했습니다. 그는 토지의 가치는 그곳에 지어진 건물이 아닌 천연자원 혹은 도로, 철도와 같은 주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고 토지 소유자에 대한 세금 부과와 함께 징수된 세금의 재투자를 주장합니다.  


이러한 조지의 주장에 영감을 받은 매기는 보드게임을 통해 이를 증명하기로 결심하는데 이것이 바로 모노폴리 탄생 시작입니다. 


그녀가 만든 모노폴리는 현재 우리가 즐기는 방식과는 다르게 두 가지 규칙 – 번영(Prosperity)과 독점(Monopolist)이 존재했습니다. ‘번영’ 규칙에서는 누군가 새로운 토지를 취득한 경우 나머지 게임 참가자들은 세금을 분배 받습니다. 그리고 게임은 가장 적은 자본으로 시작한 참가자가 자본이 2배가 되면 게임은 종료됩니다. 


반면 ‘독점’ 규칙에서는 현재 룰과 비슷하게 토지를 취득하고 다른 참가자들이 그 땅에 위치하는 경우 지대를 받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참가자들을 파산시켜야 게임에서 최종 승리자가 됩니다. 


모노폴리 발명가 매기가 이러한 두 가지 형태의 룰을 설정한 이유는 대중들에게 그 당시 미국 사회의 불평등한 토지 소유상황을 보여주고 또 자산 소유에 대한 여러 방식들이 사회 내에서 어떻게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이해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좌파 지식인, 대학생 그리고 퀘이커 커뮤니티에서 큰 인기를 얻은 모노폴리는 파커(Paker) 형제들에게 매기의 모노폴리 특허권이 매각되면서, 발명가도 매기가 아닌 대로우 (Darrow)로 바뀌어 기존의 두 개의 룰 중 ‘독점’룰만 사용되는 게임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재미로 즐기던 모노폴리가 원래는 부의 분배와 불평등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게임의 명칭 ‘모노폴리’가 ‘부를 독점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부를 독점하고 상대방을 파산시키는 것은 현실 사회에서는 매우 공포스러운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체계 내에서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부의 양극화’를 모노폴리의 역사를 통해 다신 한번 곱씹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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