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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독일재정흑자 기조가 글로벌 경기 부양을 저해한다는 조금은 도발적인 관점의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읽었습니다.


이 기사의 핵심은 독일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이익을 재투자하지 않고, 독일 정부 역시 재정흑자 정책을 고수해 독일의 수입규모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독일의 현재 재정운영 정책이 글로벌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면서 독일은 자유무역 진영의 리더가 되었음에도, 재정지출을 늘리지 않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기사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읽었습니다. 유럽의 대표적 복지국가인 독일이 재정흑자를 계속 달성하는 것은 '성장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분배가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을 반증하는 명확한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독일 기업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근로자의 임금을 제한하는 노사협약이 핵심입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고, 독일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이 합쳐져 독일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독일 근로자들이 제한적 임금 인상에 동의할 수 있는 이유를 간과하기 쉽습니다. 독일은 무상교육, 무상의료(보험료 납부),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 등 소득이 비록 낮더라도 국가에서 가계지출의 상당 부분을 보조해주기 때문에 비록 명목소득은 낮더라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낮은 임금 - 수출경쟁력 확보 - 수출 증가 - 세수 증대 - 복지재원 확보' 이 안정된 사이클이 독일 사회에서는 현재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정부뿐만 아니라 독일 국민의 검약 정신이 독일 내수 시장의 수입 제한이 글로벌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무역국가들의 수입-수출의 일정 수준의 균형이 무역시장의 전체적인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인식합니다. 


하지만 독일의 현재 재정정책과 경제구조가 과연 무역국가로서 일방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본인이 많이 벌고, 아껴 쓴다고 이것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의 화려한 자치단체의 건물을 독일에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한 독일 시청은 10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을 리모델링 하며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결코 경제성장을 위해 소비가 미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작정 경기부양을 위해, 주인 없는 돈이라 세금을 함부로 사용하는, 온갖 비리로 얼룩진 국가사업 등 - 맹목적 성장주의와, 만연한 부정/부패를 줄여 버려진 재원을 올바로 활용한다면 경제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국가들이 부정부패를 줄이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독일과 같은 안정된 경제구조를 가질 수 있다면, 오히려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하는 독일의 재정흑자 경제모델이 결코 국제무역에 해가 되는 일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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