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지난 4월 3일 금요일부터 시작되었던 부활절 연휴. 다른 유럽 나라들은 일찍이 3월 말부터 쉬는 곳도 있다고 하고, 주 별로 휴일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독일의 공식적인 휴일 그러니까 모든 주가 똑같이 쉬는 휴일은 부활절 일요일의 그 전 금요일과 그 다음 월요일이다. 부활절은 매년 달라진다. 이는 그레고리력에 따라 이르면 3월 22일에서 늦으면 4월 25일 사이가 된다고 한다. 확실한 것은 부활절은 반드시 일요일다.

아! 때문에 이 기간에 여행을 한다면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무려 4일간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토요일은 공식적인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토요일에도 문을 열던 상점들은 다 문을 열테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최근 독일 마트들은 토요일에도 운영을 하기 때문에 부활절 기간이더라도 토요일은 문을 여니 편하게 이용하면 될 듯 하다. 그럼에도 독일인들은 대부분 목요일 오후에 4일간을 위한 장을 본다. 최근에는 공식 휴일인 금요일,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에도 음식점이나 주전부리를 파는 카페 등은 대부분 열기도 하니(물론 약간의 오픈 시간은 변경이 되기도 함) 집에서 굶은 걱정은 없어졌다.

[부활절의 종교적 의미와 현대 유럽에서의 인식]

부활절 일요일Osternsonntag(오스터존탁), 그 전 금요일을 Karfreitag(칼프라이탁, 성금요일) 그리고 다음 월요일을 Ostermontag(오스터몬탁, 부활절월요일)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3일은 공식적인 휴일이다. 기독교적으로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십자가에 못박혀 고난을 받으시고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이다. 기독교에 있어서는 크리스마스 만큼이나 아주 중요하고 거룩한 날이다.

그러나 현대 유럽에서 기독교는 물론 여전히 그 종교적인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생활의 일부로서 삶 속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부활절은 하나의 명절로 그리고 특히 유럽인들에게는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의미로도 사용이 된다고 한다. 때문에 부활절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심과 동시에 그 부활이라는 의미 속에 겨울의 고난을 지나 봄이라는 새싹이 부활하는 자연 만물의 부활과도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현대에 와서 부활절은 물론 그 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하나의 봄을 시작하는 명절로서의 의미를 더 크게 가지며, 부활절 달걀과 부활절 토끼는 생명과 다산의 상징으로 새로운 부활을 의미하며 생명의 새 시작을 알리는 의미를 가진다.

놀라운 것은 모든 독일인들이 부활절 토끼와 달걀의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 물어보면 그 이유는 모르고 그냥 봄이 오니까 라고 막연하게 이야기하는 친구들도 꽤 많은 것으로 보아서는 이미 부활절 달걀과 토끼는 부활절의 상징으로서 그 의미보다는 그냥 그 자체가 부활절 이렇게 인식이 되어가는 것 같다. 더욱이 부활절 연휴가 다가오면 온 동네 방네 노란색과 연두색으로 장식이 되는데 이 두가지 색 역시 봄을 상징하는 색들이다.

부활절 토끼와 달걀들 그리고 달걀모양의 초콜렛들을 선물 받았다

카드에도 부활절 토끼들이!!!

심지어 방울도 달고 있어서 아직 차마 먹지 못하고 책상위에 있다.

봄이 되면 지천에 수선화가 피어난다.

수선화는 영어처럼 Narzisse(나르치제, 나르시스)라고도 하지만

Osterglocke(오스터글로케, 부활절종) 또는 Ostergloeckchen(오스터그뢰케헨, 부활절꼬마종) 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이 꽃이 부활절 즈음 되어 지천에 피어나며 봄을 알려오기 때문이다.

또한 종 모양을 하고 있어서 부활절 종이라고 불린다.


[부활절 만찬과 여행]

부활절 연휴가 다가오면 독일인들은 휴가를 조금 더 내서 연휴를 길게 즐기기도 하고 이 기간을 이용하여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리고 일요일 또는 월요일 저녁에는 부활절 만찬을 즐기는데, 부활절 만찬이라고 해서 특별히 정해진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식탁에는 Osterbraten(오스터브라텐,부활절 고기구이?) 이라 불리는 고기요리가 올라오는데 특별히 정해진 레시피가 있다기 보다는, 고기를 한번 겉면을 익혀서 향신료들과 함께 오래 삶아 소스와 함께 먹는 독일의 여느 고기 요리 중 하나다. - 물론 자주 먹는 식단은 아니다. 고기요리는 정성과 시간이 반이므로...

Osterbraten과 독일식탁에 빠지지 않는 감자요리

그리고 Schwarzwurzeln(슈바르츠부어첼른)이라 불리는 서양우엉(셀서피, 쇠채속)과 완두콩요리를

Beilage(곁들임 음식, 사이드디쉬)로 하여 만찬을 준비해주셨다.

그리고 후식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Apfelkuchen(아펠쿠헨, 사과파이) 또는 Apfelstrudel(아펠슈투루델)이라 불리는 사과파이를 곁들였다.

부활절 월요일이 되면, 다음날은 다시 출근을 하고 학교를 가야 하기 때문에 보통 다들 집에서 쉰다. 때문에 부활절 월요일까지 집 아닌 다른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월요일 이후에도 휴가를 받아둔 경우 말고는 많지 않다. 물론 월요일 이후로도 휴가를 받은 사람들이 많기는 한 것이 집에 초대해준 지인이 재깍 화요일에 출근을 했더니 나온 사람이 거의 없었더랬다는...(독일 회사에 한해서 가능한 일...)

독일의 휴일에는 아이스크림집 정도? 카페 정도... 문을 열기 때문에 대부분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산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카페에 앉아 부활절과 함께 찾아온 봄을 만끽한다. 

부활절 연휴의 산책 


[Osterfeuer, 부활절불놀이]

독일 부활절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Osterfeuer(오스터포이어)라 불리는 부활절 불놀이다. 우리네 쥐불놀이와 비슷한 의미와 역할을 한다. 부활절 불놀이를 통해 독일 사람들은 그 겨울간 있었던 고난과 어려움 추위 등을 날려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게된다. 지난 것, 좋지 않안덧 것들은 태워버리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통은 마을의 큰 밭두렁 같은 곳에 모여 집에서 가져온 지푸라기, 정원에 굴러다니는 덤풀이나 나뭇가지등을 차곡 차곡 쌓아서 불을 지핀다. 때문에 이 규모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집에서 따로들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함께 모여 큰 불을 지핀다. 부활절 일요일 오후가 되면 동네 전체에 이상한 타는 냄새가 나고 연기가 이래 저래 조금씩 뿌옇게 흩날린다.

그리고 부활절 일요일 저녁 모두들 부활절 불을 지핀곳으로 모여드는데, 여기서도 독일의 안전의식을 볼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것이 지역 소방서 관할 하에 이루어 지며, 만약을 대비해 늘 소방차 한대가 옆에서 대기한다. 그리고 더 독일스러운 맥주차와 감자튀기차가 준비되어 있다  

불 꽃 가까이 갈 수록 따뜻하고 날은 차니 이상하게 노천온천에 있는 느낌이다. 손에는 맥주를 들고 손은 시려운데 얼굴은 뜨겁고, 시려운 손을 번갈아 가며 불꽃에 댄다. 마을 사람들이 다 모이니 도란도란 수다도 떨고 부활절 기간동안의 일들에 대해 담소를 나눈다. 여행 다녀온 일들을 자랑하기도 하고, 웃음 꽃을 피운다. 아이들은 불을 보니 신나서 소리도 지르고 - 만국 공통인듯 - 아저씨들은 맥주병으로 우정을 다진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감자튀김 차는 일부러 저렇게 줄을 길게 세우려고 느리게 일 한다며 불평이다. 매년 저렇게 줄만 길고 한번 서면 40분이라며 혀를 차는데, 어쩌면 정말 감자튀김차의 전략일 수도 있겠다. 원래는 여기서 저녁으로 맥주와 감자튀김을 먹는 것이 보통이라는데 우리는 감자튀김차가 너무 오래걸린다며 문 연 피자집 찾아보자고 마을로 내려왔다가 간신히 간신히 11시 넘어서 11시 30분까지 운영한다는 피자집에 들어갔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하는 듯 했는데, 늦은 시간 추운데 있다 먹어서 그런지 정말 정말 맛있었다.

대략 8시 벌써 부활절 불꽃을 보러 많은 이들이 모여있다.

가까이 갈 수록 이 화염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간다.

이렇게 부활절 연휴가 지나고 벌써 4월 2주다. 새 학기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지만, 독일은 학기가 4월에 보통 시작하기 때문에 이상하게 시간이 빨리가는 느낌이다. 이제 금방 5월이 되고 6월이 되고 곧 여름이 오겠구나 싶다. 이 봄을 만끽하는 방법은, 봄에만 만날 수 있는 슈파겔(Spargel, 흰색아스파라거스)을 열심히 먹어주는 방법 뿐인듯 하다.

마지막으로 독일에도 어김없이 봄의 전령이 되어 준 벚꽃 사진과 함께 포스팅을 마친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