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로 샤퀴테리(Charcuterie). 독일어에는 이에 대응하는 단어가 없다. 우리말로는 육가공품. 흔한말로 소세지나 햄과 같이 고기들을 가공한 식품들을 말한다.
독일하면 소세지, 소세지하면 독일이라는 우스개소리가 있듯이, 독일에는 정말 다양한 소세지가 존재하고, 독일에서 이 육가공품을 제외하고는 독일의 식생활을 말하기가 무안해질 정도다. 그래서 이번에는 독일에서 꼭 한번은 도전해봤으면 하는 독일의 육가공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선을 절여 오래 보관하고자 할때, 이들은 고기를 절여 햄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순대를 만들때 이들을 소세지를 만들었다. 독일인들은 쌀을 즐기지 않아 대부분의 탄수화물은 빵과 감자로부터 섭취하고, 이에 부족한 단백질과 지방은 대부분 고기로부터 충당한다. 북부에 바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유럽이나 프랑스 사람들에 비해서는 해산물을 즐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굳이 독일 식문화의 키워드를 꼽자면, 빵, 감자, 그리고 고기가 된다.
식재료의 사용도 다양하지 않다. 때문의 독일의 식문화는 이 단조로운 식재료의 변용으로 발전한다.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빵(식사용, 여기서는 식사용 빵을 의미, 프랑스만큼 디저트나 간식용 빵이 발전하진 않았음),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감자요리 그리고 또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즐길 수 있느냐가 이들의 식문화 발전의 포인트가 된 것 같다.
물론 최근에 와서는 다양한 식재료들이 유럽 전역, 전 세계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이러한 단조로운 식재료를 탈피한지 오래지만, 그래도 그 깊이에는 빵, 감자, 고기가 주를 이룬다.
그럼 오늘은 독일 식문화의 중심, 육가공품의 세계로 고고!
* 독일 또는 기타 유럽 지역에서도 흔히 만나실 수 있는 제품들로 구성합니다. 때문에 꼭 독일이 아니더라도 맛보실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본 포스팅은 독일 아니면 이거 먹기 어려워요 라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기 어렵지만 독일에 오면 더 흔히 쉽게 맛보실 수 있는 것들로 구성합니다.
Blutwurst 블루트부어스트 피소세지
마치 영국의 하기스를 연상시키는 이 생김새, 바로 이것이 블루트부어스트다. 직역하면 피소세지, 말 그대로 피를 응고시켜 만든것으로 우리나라 피순대와 얼추 비슷한 맛이 난다. 마치 피순대의 염장버전이랄까!?
물론 취향에 따라 정말 이 소세지가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한번 즈음 도전을 권하는 이유는 '또 언제 맛보겠는가' 하는 마음에서다. 피순대를 거리낌없이 잘 드시는 분이라면 조금 짜다 싶은거만 감안하시고 드시면 맛있게 드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위의 둥그런 소세지는 아래와 같이 슬라이스 하여 빵 위에 얹어먹는다. 이렇게 아침식사를 해결하기도 하는데 독일 사람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소세지중 하나다. 싫어하는 독일인도 꽤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 우리나라도 아저씨들이 주로 즐기는 음식이라고 일컫어지는 몇몇 음식들이 있듯이 독일 사람들도 나이가 드니까 이게 당기기도 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릴때는 먹지 않았는데 커서 먹으니 맛있더라. 할아버지들은 잘 드시지 라는 표현으로 보아 이것은 어쩌면 독일의 어른 음식인가!?
Leberwurst 레버부어스트 간소세지
레버부어스트, 직역하면 간 소세지다. 여기서 간은 갈았다의 명사형이 아닌 오장육부 중 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순대를 먹을때 간을 보았듯이 약간 퍽퍽한 질감이다. 이것을 삶기 전에 갈아서 양념을 한 것이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스프레드 형태로 존재한다.
마트에서도 흔히 볼 수 있으며, 빵위에 손쉽게 발라 먹을 수 있어서 먹기에는 편한데..... 이 역시도 호불호가 굉장히 강하게 갈린다. 연세가 좀 있으신 독일인 지인은 아침마다 이것을 드셔서 그 집에만 가면 아침 식사때 항상 이 레버부어스트를 볼 수 있다. 가끔 어디 놀러갈때 빵을 싸가면 이걸 발라서 싸가기도 하는데 약간의 비릿한 느낌이 분명히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의외의 풍미 때문에 찾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푸아그라만큼 부드럽지는 않지만 얼추 비슷한 느낌일 수 있겠다. 마트에 가면 작게 포장된 레버부어스트가 있으니 독일 식문화 체험이다 생각하고 한번 즈음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Mett 멧
멧은 플랏도이치(과거 북부 독일에서 사용되던 독일어로 현재의 네덜란드어와 흡사한 부분이 많음)에서 파생된 단어로 다져서 양념한 고기를 일컫는 용어다. 우리식으로 따지면 양념된 육회랄까!? 이 멧은 오래 염장된 고기가 아니어서 마치 아주 잘게 다진 육회를 연상시키는 식감에 약간의 소금, 후추 그리고 각종 허브를 넣어 양념한 것이다. 위의 그림처럼 빵 위에 발라 그 위에 약간의 잡내를 잡기위한 양파와 골파(Schnittlauch)를 뿌려서 먹는다.
개인적으로는 꽤나 좋아하는 육가공품중 하나다. 예전에 튀링엔지역에 놀러갔을때 가정집에서 직접 양념한 멧을 먹은 적이 있는데, 정말이지 너무나 맛있었다. 우리나라 육회와 다른점은 이것이 돼지고기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를 사용하고 간혹 소고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멧으로 만든 소세지의 종류들이 멧부어스트, 살라미, 그리고 완전히 갈아서 만든 테부어스트 등이 있다. 연이어 아래에 나오는 대표적인 독일의 멧부어스트다.
Mettwurst oder Knackwurst 멧부어스트 또는 크낙부어스트
지역에 따라 멧부어스트 또는 크낙부어스트(주로 튀링엔과 작센)로 불린다. 그러나 두 용어다 독일 전역에서 이해 가능한 용어 이므로 둘 중 하나만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이미 위에서 설명한 것 처럼 멧은 다진 생고기에 양념을 한 것이고, 이를 튜브에 넣어서 오래 염장 숙성시킨 것이 바로 멧부어스트다. 이 소세지는 다른 소세지들 특히 이탈리아의 살라미를 슬라이스해서 먹는것과 달리 토막토막 잘라서 접시에 내오는데, 이 한토막을 집어들고는 칼로 세로로 반을 갈라 튜브에서 내용물만 긁어내어 빵 위에 올려먹는다.
숙성시킨 멧이어서 조금더 졸깃하고 염도가 높다. 위의 멧에 비해 분명히 부드러움은 떨어지지만 비린맛과 잡내는 덜하고 풍미는 더 살아있는 말그대로 숙성이 잘 된 맛이 난다. 먹는 방법이 조금 불편할 뿐 오래 저장해서 두고 먹기 편하다.
꼭 한번 시도해 보시길, 진짜 맛있는 소세지 중 하나다.
Schinken 슁켄 햄
독일 마트에 가면 한 면이 다 이렇게 슬라이스햄 종류로 가득 차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햄들은 염장한 상태이며 대부분 삶거나 구워지거나 훈제가 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물론 때에 따라 생햄으로 존재하는 것들도 물론 있다. 독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겹살 같이 생긴 두꺼운 베이컨, 독일식으로는 Speck 슈펙은 훈제가 된 햄이고, 아래의 햄 모듬 사진에서 보이는 것 중 피클 아래 6시 방향으로 놓여진 햄과, 9시 방향의 햄의 경우는 생햄으로 생고기를 염장한 것이다. 아래 사진의 가운데는 이탈리아 방식의 다져만든 생햄 살라미이고, 12시 방향은 일반적으로 보는 가장 흔한 햄, 그리고 2시 방향 작은 햄은 닭고기나 칠면조살로 만든 햄이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가 존재하기 때문에, 독일에 와서 아무리 빵을 싫어한다 한들 슁켄이라 불리는 이것들을 한번도 맛보지 않고 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정말 진심으로 강력하게 추천하는 다양한 종류의 슁켄들.
만약 비위가 그리 강하지 못해 무난한것들을 드시고 싶으시다면 아래 그림에서 보이듯 빨간빛이 살아있는 생햄들을 피하고 최대한 분홍빛이 감도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익혀진 햄들을 골라 드시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Presswurst oder Presssack 프레스부어스트 또는 프레스샄 누름소세지
세계 여러나라의 식문화를 알아갈 수록 비슷한 점이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누름고기(편육)가 있지 않은가. 이와 거의 흡사한 독일의 음식이 바로 이것 프레스부어스트이다. Press 프레스는 pressen 프레센, 즉 누르다 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것으로 직역하자면 누름소세지, 이것이 바로 프레스부어스트다.
프레스부어스트도 종류가 다양하다. 위 처럼 고기의 다양한 부위들만 넣고 눌러 만든 소세지가 있는가 하면, 야채 등을 함께 넣고 눌러서 만든 경우도 있다. 이 역시도 마트에 가면 슬라이스 된 햄으로 플라스틱 팩에 담겨 진열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고기코너 바로 옆 햄 코너에서 직접 슬라이스를 부탁해서 사올 수도 있다. 여러장 있는 팩이 부담이 된다면 이렇게 한두장씩 햄 코너에서 직접 주문해 보는 것도 즐거운 체험이 될 것이다.
종류가 다양해서 맛도 다양하다. 간혹 새큰한 맛이 나는 햄들도 있으니 이것은 뭐.... 복불복 :)
Kassler 카슬러 훈제고기
독일식 훈제고기 또는 훈제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는 햄 코너에서 판매하기 보다는 고기 코너에서 판매된다. 돼지고기를 덩어리째로 염장을 한 다음에 가볍게 훈제를 하여 만든다고 한다. 때문에 질감은 이미 익혀진 것 같은 느낌과 아직 생고기인것 같은 그 중간 어디 즈음의 느낌이다. 실제로 이 가공육은 집으로 가져와서 다시 한번 조리하여 먹는 것이 정석이다. 그냥 먹지는 않는다.
독일 가정집에서는 큰 덩이를 사와서 한번 삶아준 후에 오븐에서 오래 익혀준다. 또는 그냥 오래 삶아주는 경우도 있다. 간혹 얇게 슬라이스 된 경우라면 팬에 구워먹기도 하는데, 이보다는 삶고 굽는 과정을 거친 오래 조리된 카슬러가 훨씬 부드럽고 촉촉하며 간이 적당하여 맛있다.
가끔 축제장터에 나가면 이 카슬러를 그릴해서 빵에 끼워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간을 딱히 하지 않아도 이미 염장이 되있어서 맛이 좋기 때문에 굳이 추가로 소스 비용을 받는다면 빼고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조리시간이 길어서 교환학생이나 자취생들이 해먹기는 부담이지만, 그냥 얇게 썰린 카슬러를 사와서 팬에 기름두르고 구워먹는것도 방법이고, 또는 조각조각 깍둑썰어서 다른 야채와 볶아먹어도 맛나다. 대체로 겨자를 곁들인다.
맛만 생각하면 위의 멧부어스트 만큼 맛있다고 해야하나?! 우리나라에서는 고급선물세트에 이 카슬러가 종종 등장하곤 하는 것을 보았다. 맛은 정말.... 최고!
* 카슬러는 덩어리사진밖에 없어서 잘 보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된 사진을 사용합니다. 출처는 사진에 따로 표기했습니다 :)
Leberkäse 레버케제
레버케제는 직역하면 의미가 사실은 맞지 않는다. 직역하자면 간 치즈 인데 여기서 간이 의미하는 것 역시 갈았다의 의미가 아닌 오장육부의 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레버케제는 워낙은 돼지의 간을 섞어서 만들었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그냥 간을 제외한 다른 고기 부위들만을 갈아서 만든다고 한다. 때문에 이름에 있는 간은 실제로 들어있지 않다. 그리고 케제는 치즈라는 의미인데, 질감이 워낙 부드러워 치즈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치즈 역시 단 한 장도 들어가지 않는다.
한번 멘자(학생식당)에서 나온적이 있는데 일반적일 고동색 소스를 올려줬었으나 맛은 두꺼운 스팸인데 스팸보다 덜 졸깃하면서 더 말랑하고 부드러운 맛이라고 해야하나? 그래도 얼추 스팸하고 가장 비슷한 질감인 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맛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이름만큼 독특한 독일어권의 식문화를 체험한다 생각하고 한번즈음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Bratwurst & Bockwurst 브랕부어스트와 봌부어스트
Brat는 braten 굽다는 동사에서 온 표현으로 Brat 부어스트는 구워먹는 소세지다. 그에 비해 Bockwurst 그렇다면 bocken 이라는 동사에서 온 것일까? 아쉽게도 아니다. Bockwurst는 센맥주 중 하나인 Bockbier 와 함께 식탁에 올라오다 손님들에 의해 Bockwurst 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데쳐서 접시에 내오는 소세지들을 일반적으로 Bockwurst 라고 한다. 삶아서 먹는 소세지는 원래는 Brühwurst 브뤼부어스트라고 총칭한다. 여기에 이 Bockwurst 와 비엔나소세지, 튀링어부어스트, 뮌헨의 바이스부어스트 등이 포함된다.
독일 생활에 있어서 이 두 대표 소세지는 정말 건너뛰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식재료 중 하나인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한끼를 때운다고 생각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수를 대충 말아 먹거나, 밥에 물 말아서 먹을때 이들은 소세지 한개를 얼른 구워서 먹거나 데쳐 먹었다. 한끼를 때울때 먹는 소세지, 꼭 한번은 드셔보시기를!!
브랕부어스트로 만든 대표적인 음식 '커리부어스트'
오늘도 즐거운 저녁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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