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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전 세계에서 대학 등록금이 무료인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독일 대학은 공립대학으로 국적에 관계없이 학사과정에서부터 박사과정까지 등록금이 없다. 학기별로 약 200-300 유로 내외의 학생 부담금이 있으나, 학생식당(Mensa) 할인, 지역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semester ticket) 등 학생 신분으로 받을 수 있는 여러 혜택을 고려했을 때 그 비용을 충분히 상쇄한다.

 

가끔 도서관이나 강의실에서 앉아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무료로 공부하는 독일 학생들은 참 복받았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독일에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이 제공되는 배경에는 '교육 기회의 평등'이라는 독일 사회의 신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학기당 몇백 유로 정도의 대학등록금을 부과하겠다는 주정부 정책에 독일 대학생들의 대규모 과격 시위가 발생해 결국 이 정책이 철회된 사례가 있었다. 그 당시 독일 사회에서 청년들의 과격 행동에 반대 여론보다는 찬성하는 여론이 훨씬 높았다고 독일 지인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러나 바템뷔템베르크 주에서는 내년부터 외국 유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부과한다. 아마도 최근 전 세계에서 독일로 외국 유학생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외국 유학생들에게까지 무상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독일 사회에서도 더 이상 용납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어느 정도 조성되지 않았을까 싶다.

 

독일 청년들의 대학 진학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유학생 유입이 더 늘어날 경우 더 이상 독일에서도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 간 흑자 재정을 펼치는 독일조차도 고비용의 대학교육이 끼치는  재정 부담을 견뎌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의 유료화는 영미권, 특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학벌 폐해, 소득 양극화, 청년세대의 학비 부담 등 여러 사회적 문제를 양산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학비 부담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학생들이 장학금을 지원받기 위해 대학과 전공의 선택 폭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아르바이트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고, 졸업 후에도 학비 대출로 경제적 압박을 받는 현재 우리나라 청년들이 처한 상황이 독일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높은 대학 등록금이 우리나라 청년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낮은 시급과, 높아지는 실업률, 미쳐가는 집값 등 청년들이 자립하기 어려운 사회 환경 속에서, 대학 등록금이 청년들의 자립에 큰 부담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부 혹은 사회가 최소한 대학 등록금이라도 낮춰준다면 대한민국의 기업과 사회가 그토록 부르짖는 '열정'을 우리 청년들이 대학 졸업 후 '빚' 대신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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