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학사/석사 학위과정으로 대학(독일어: Universität / 영어: University)과 응용과학대학(독일어: Hochschule / 영어: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크게 2가지 유형이 존재하기 때문에 독일로 유학을 준비할 때 대학 선택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법학 혹은 경영학 석사과정을 준비하며, 대학과 응용과학대학에서 모두 입학허가를 받아 등록마감일까지 고민을 거듭했었습니다. 응용과학대학은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명칭을 가진 대학이라 선뜻 선택하기가 망설여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의 최종 결정은 대학으로의 진학이었습니다. 공학 계열이 아닌 사회과학 전공자로서 실용교육보다는 학문적 성격이 강한 대학 학위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독일의 대학(Universität)은 학문적 성격이 강하고, 응용과학대학(Hochschule)은 실용교육 중심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두 대학 모두 유사한 전공의 학위 과정이 개설되어 있고, 커리큘럼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독일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한국에 알려진 것과 비슷하게, 대학은 학문적인 교육 기관으로, 응용과학대학은 실용학문을 가르치는 기관으로 원론적인 답변을 듣곤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응용과학대학을 우리나라의 2년 과정인 전문대학 혹은 기술대학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있는 데 이는 틀린 설명입니다. 응용과학대학은 학사와 석사 학위를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4년제 대학에 더 가깝습니다. (다만 응용과학대학은 박사학위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유사성 때문에 유학생의 입장에서 대학과 응용과학대학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것은 꽤나 어렵습니다. 저의 경우 입학을 최종 결정하기 전 독일인 지인에게 ‘입학허가를 받은 대학과 응용과학대학 중 어디가 더 좋은 학교인가’ 라고 물었을 때 둘 다 경영/경제학으로 좋은 대학이라는 답변을 전해 듣고 더 큰 혼란에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최종 결정에 앞서 저는. '대학순위평가’와 ‘동문현황’ 이 2가지 지표에 주목했습니다. 독일 외의 지역에서 경력을 쌓아갈 때 응용과학대학에 대한 비 독일문화권에서 보이지 않는 편견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응용과학대학의 경우 QS, THE와 같은 대학순위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독일 외부에서는 응용과학대학을 대학기관으로서 아직까지는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동문 현황을 통해 졸업생들의 진로현황, 재직 기업 등을 살펴봄으로써 동문들의 역량, 대학의 사회적 평판 등을 대략적으로 파악해 보았습니다. 입학 허가를 받았던 대학과 응용과학대학의 졸업생 현황을 링크드인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경영, 법 분야에서만큼은 응용과학대학 보다는 대학 출신 졸업자들이 전문성이나 재직하고 있는 기업규모에서 훨씬 나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독일은 대학서열이나 평판이 뚜렷하지 않고, 사회 생활에 있어서 학벌이 큰 영향을 발휘하는 사회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때문에 독일 현지기업에 근무할 수 있는 정도의 독일어 수준을 갖췄다면 대학과 응용과학대학의 학위 구분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 밖에서 취업할 가능성이 높고 상경, 법학과 같은 사회과학 계열의 전공을 희망할 경우에는, 대학기관으로서 확실하게 인식되고, 졸업생 평판도와 같은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자신의 경력을 발전시켜 가는 데 좀 더 나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도 앞으로 경력을 더 쌓아가야 하는 입장이므로, 응용과학대학 보다 대학을 선호하는 제 생각을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2가지 지표 외에도 희망전공 분야, 교수진, 졸업 후 진로, 대학 위치(도시) 등 여러 조건들을 두루 살펴 대학과 응용과학대학을 결정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글을 작성 하는 것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는 느낌이 들어 상당히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대학과 응용과학대학 진학을 두고 고민하시는 분들께 비슷한 고민을 했던 저의 경험이 약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이 글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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