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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독일의 유명 경제연구소 중 하나 ZEW (Das Zentrum für Europäische Wirtschaftsforschung / The Centre for European Economic Research) 를 견학했습니다. 약 150명에 달하는 연구원 숫자와 다양한 연구지원 정책들(공동연구, 해외세미나 참가 등)도 인상적이었지만, 현재 독일 최고의 경제연구소로 평가받는 연구기관이 베를린, 뮌헨과 같은 대도시가 아닌 중소 도시 만하임에 있다는 것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독일 만하임에 위치한 ZEW(유럽경제연구센터) 본부 [이미지 출처: Wikimedia Commons]

우리나라는 대학, 기업, 연구소 심지어 행정기관까지 국가의 거의 모든 주요 기관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독일은 공공기관에서부터 기업까지 다양한 기관이 각 주(state)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곳 만하임 인근에는 하이델베르크대학, 만하임대학, 칼스루헤 공대 등 국내외적으로 명성이 높은 대학뿐만 아니라 BASF, 보쉬, 포르쉐 등 글로벌 기업 본사들이 차로 불과 1-2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 내 우수 대학, 연구기관, 대기업의 존재는 지역 사회 발전의 선순환 구조의 토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자신들의 고향 근처에서 질 높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기지 않아도 되며, 기업은 지속적으로 우수 인력 공급을 확보할 수 있어 안정적인 기업 운영이 가능하므로 결과적으로 이러한 안정적인 인력 공급-수요 구조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됩니다.

(물론 독일 학생들도 주 경계를 넘어 멀리 대학을 진학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특정 전공에 대한 학위 취득이 목적이며, 우리나라처럼 입학성적 혹은 대학 명성에 따라 주를 넘어서까지 지원 대학을 결정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대학들이 서울/경기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조차 생산설비는 지방에, 본사는 대부분 수도권 지역에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집중화된 사회적 환경은 특정 지역으로 자본과 인력이 편중되는 지역 불균형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지방분권화 정책은 국가 균형 발전 측면에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서 우수한 젊은 인력 확보가 어렵고, 사회인프라 등 기반 시설마저도 열악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강제적인 조치가 없는 이상 지방자치단체들이 자력으로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수도 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더욱 적극적인 분권화 정책(행정기관 이전, 창업지원, 지방대학 재정지원 확대 등)이 효과적으로 시행된다면 우리도 독일과 같은 지역의 균형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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