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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독일의 문화 차이 중 하나는 오래됨을 인식하는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독일에 처음 도착해 잠시 머물렀던 집은 약 80년 정도 된 우리 기준으로는 꽤 오래된 집 이었습니다. 독일 지인들에게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가 80년이나 된 오래된 집이라고 하자, 반응이 다소 의외였습니다. ‘그래도 한 200년은 돼야 오래됐다고 할 수 있지 않나?’ 라는 그들의 반응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오래됨을 인식하는 독일 사람들의 기준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 한다는 이유로 개보수가 아닌 철거 후 완전히 새롭게 건축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흔합니다. 개보수 비용보다 신규 건축 비용이 더 경제적이라서 이러한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재까지도 사용되는 수명이 몇 백 년 된 오래된 건물들은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과 수십 년 전에 건축한 건물들도 재건축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흔한 모습니다.   

 

독일 전체가 아닌 중소 도시 만하임만 하더라도 시청, 만하임대학교 등 공공시설뿐만 아니라 개인주택들도 100년도 더 전에 지어진 건물들을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나라임에도 우리나라처럼 부문별 한 신축 관행이 없다는 것은 우리가 분명히 배워야 할 문화 중 하나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몇몇 지방 공공기관들의 호화스러운 청사를 독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달리 생각하면 독일은 그만큼 세금을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하임시청 외관[출처: https://www.mannheim.de/]

얼마 전 독일에서 구매한 파일홀더에는 보증기간 3년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불과 몇 유로짜리 파일홀더에 보증기간이 있다는 것도 참 신기했지만, 한편으로는 독일사회의 견고함, 내구성과 같은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사회에는 부실공사의 원인을 급격한 경제성장과정 속에서 자리 잡은 '무엇이든지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한국 고유의 사회행태에서 찾고는 합니다. 그러나 고도성장기를 지난 우리나라도 이제는 이러한 잘못된 문화로 우리의 잘못된 관행을 탓하기보다는, 100년을 보고 건축하는, 사회의 자원을 좀 더 효율적으로, 검소하게 사용하는 그러한 문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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