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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국가경쟁력 중 하나는 히든챔피언으로 불리며 다양한 분야에서 원천기술과 높은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다수의 강소기업이 존재다. 그리고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히든챔피언들이 독일 전역에 넓게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벤츠, 바스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조차 프랑크푸르트, 뮌헨과 같은 독일의 전통적 경제 중심지가 아닌 슈투트가르트, 루드비히스하펜과 같은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얼마 전 온라인상에서 화제였던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독일 기업들이 전국에 걸쳐 펼쳐져 있다. 연방제 국가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인적/물적 자원 활용의 경제성을 따져봤을 때는 대도시 지역으로 기업을 이전하는 것이 기업 운영 측면에서 훨씬 유리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럼에도 독일 기업들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을까?

 

독일에서의 유학생활을 바탕으로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추측해 보자면, 독일 명문 대학들의 고른 지역적 분포와 독일인들의 조금 느긋한 성향이라 생각된다. 

 

기업이 지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학벌 차별이 뚜렷하지 않은 독일 사회의 특성상 기업은 근거리에 위치한 다수의 대학에서 우수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독일에서는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우리나라처럼 서울과 같은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주별로 위치한 명문 대학에 고르게 진학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독일 대학생들은 졸업 후 대학 주변에서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청년구직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특정 지역으로의 이동할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다.

 

또 독일 사람들의 성향은 분야에 관련 없이 일을 빨리하기보다는 정확히’ 처리하는 데 초점을 두는 편이다. 독일 사회는 모든 것이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느리다. 행정, 우편, A/S, 건축 등 거의 모든 사회 분야가 그렇다. 이러한 경향은 거리/시간의 심리적 압박감을 우리나라에 비해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기업 운영에서도 물류비용에 덜 민감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느린 사회환경 속에서도 독일의 1인당 생산성이 우리나라보다 약 1.5배 높다는 것이 참 놀라울 따름이다.(독일 1인당 GDP 46,445 달러, 한국 1인당 GDP 31,846 달러)

 

최근 공기업의 지방 이전 후 지역대학 졸업자의 채용이 증가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우리나라 특유의 지연, 학연 문화가 또 다른 지역주의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러나 적어도 지역인재들이 해당 지역에서 이탈하지 않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즉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도 '대학 기업 사회'의 연결고리가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기업의 협력업체들까지 조금씩 지방에 터를 잡아간다면, 장기적으로는 지역 내 일자리 증가와 지역 경제 발전을 통해 독일과 같은 선순환 구조를 우리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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