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선수 메수트 외질의 인종차별 주장은 외국인의 입장에서 독일에서 몇 년 동안 생활했던 개인적 경험상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현재 독일의 인구 구성은 터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천만 명이 넘는 다양한 인종/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터키계는 약 600만 명으로 수십 년 간 독일에서 거주해온 독일 내 최대 집단이다. 터키계 후손이 사회 곳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으며, 독일의 가장 큰 정당 중 하나인 SPD의 당수도 터키계이다. 과연 독일 사회가 인종차별이 심한 국가라면 100년의 전통을 가진 독일 정당의 최고 지도자로 이민자의 후손이 선출될 수 있었을까.
물론 독일 내 인종차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외국인들에게 배타적으로 행동하는 독일인들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느낀 외국인들에게 차별적으로 행동하는 독일인 비율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매우 적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가장 인기 있는 축구선수 중 한 명인 외질이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독일 사회 내에서 심각한 인종차별을 받았다라고 보기 어렵다. 다만 유명인으로서 월드컵 이후 집중적인 인종차별적 발언과 모욕을 받았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중의 관심이 높은 축구선수로서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작년 즈음 독일 보수 정당 정치인이 가나 이민자의 후손이며, 외질처럼 독일 축구 국가대표인 제롬 보아탱에게 ‘그는 우리의 좋은 이웃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했을 때 독일 정치인, 언론, 팬들이 적극 나서서 보아탱을 자랑스러운 독일인이라고 감싸주었다. 그런데 외질에게는 독일 사회가 이렇게 냉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터키 대통령 에드로안과의 사진촬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몇몇 스포츠지 기자들은 유명 축구선수가 사진 한 장 찍은 것이 별일 아닌 듯 외질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독일 사회에서 외질의 행동은 충분히 문제가 될만한 행동이다. 자신의 정권유지를 위해 언론, 법조인, 사회운동가를 닥치는 대로 잡아들이고, 언론을 통제하는 에드로안은 독재자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몇몇 국내 언론의 표현처럼 ‘독일이 정의한 독재자’가 아니라 헌법 개정을 통해 장기집권을 시도하는 전형적인 독재자이다.
‘히틀러’라는 단어조차 공개된 장소에서 함부로 언급하지 않는 사회에서, 자국 국가대표가 독재정권 구축을 시도하는 정치인의 선거에 활용될 수 있는 사진을 찍는 행위는 당연히 문제가 될 사안이다. (이러한 행위는 외질이 아니라, 뮐러나 노이어 등 독일 국가대표 누구라도 비슷한 행동을 했다면 독일 사회에서 큰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가 진정으로 터키를 사랑하고, 자신의 민족/문화를 생각한다면, 터키가 독재국가로 가는 것보다는 정상적 민주주주의 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때로는 결례를 범할 수 있는 작은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사진 한 장이 때로는 독재자에게는 총/칼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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