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법조팀 기자가 이철 前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회유를 가장한 협박을 통해 유시민 작가의 비리를 캐고자 했던 행위가 과연 단순히 취재윤리를 위반한 행위로써만 취급되는 것이 옳을까.
더군다나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 이슈를 기자와 검찰과의 '결탁 여부'에 초점을 맞춘듯한 뉘앙스로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이것은 절도범이 상점에 침입한 행위 자체가 아니라 장물아비와 결탁이 있는지 없는지에 더 주목하는 격이다. 검찰과의 결탁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기자가 특정 개인에 대한 의심만으로, 수감자에게 검찰 권력을 활용해 비리를 캐고자 했던 -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특히나 총선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만약 유시민 작가와 관련된, '사실 검증' 조차 되지 않는 진술이 이철 전 대표로부터 나왔다면 총선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이는 정치 공작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해당 사안을 회피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라고 본다. 우선 '동료 의식'이다. 우리나라 언론사들은 오래전부터 기자 혹은 언론사의 비위 행위에 대해 크게 기사화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이 저급한 동료 의식이 강하게 발휘되고 있다고 본다. 이들이 진정한 기자라면, 이 기자를 업계에서 추방해야 한다. 어떠한 관련 제보조차 없이, 권력을 활용해 개인의 비리를 조작하고, 나아가 이를 활용해 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한 행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처럼 취재를 망설이거나, 본질과 벗어난 기사를 양산한다면 다른 기자들 역시 동료 기자의 범죄에 가까운 행위에 눈을 감는 방조자들이나 다름없다.
이번 이슈가 크게 기사화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MBC에 대한 견제일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언론사와 기자들이 싸잡아 쓰레기로 취급받는 상황에서 MBC만 권력에 맞서는 '참'언론으로서 대중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결코 탐탁지 않을 것이다. 해당 이슈를 보도할 수도록 MBC의 신뢰도를 높이는 격이 될 테니까 말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어떤 표현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추락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서로를 비판/견제하지 않는 비루한 동료 의식이라고 본다. 제대로 된 언론/기자라면, 비판의 대상에 있어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한 가족을 대중들에게 처절하게 까발린 우리나라 기자들의 근성이, 이번 이슈에도 발휘된다면 '기레기'라는 오명을 조금이나마 벗겨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곧 BBC 코리아와 같은 외국 언론이 대중의 신뢰도 1위에 오르는 웃픈 현실을 보게 될지 모른다.
'사회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부 대응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TIME, The Guardian] (0) | 2020.04.15 |
---|---|
우리나라 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련 외신 평가 [CNBC, BBC, Fortune 등] (0) | 2020.04.13 |
[MBC] 채널A 이00기자-이철 전 대표 편지 공개 (0) | 2020.04.03 |
이것은 네티즌일까, 기자일까 (0) | 2020.04.02 |
코로나바이러스는 1918년 판데믹(스페인 독감)이 아니다 [The Atlantic] (0) | 2020.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