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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 '좋은 사진을 찍는 다는 것' 참으로 어려운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20대 중반 처음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후, 셔터를 누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욕망 아닌 욕망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이후 여러 사진 강좌를 쫓아다니며, 혹은 나름 유명하다는 작가들과 직접 대면할 때마다 위의 질문을 건네며 답을 찾았지만, 마음에 와 닿는 답을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김홍희 작가님의 사진수업과, 그리고 사진평론가이신 한 교수님의 은퇴강연을 통해 ‘사진을 대하는 태도와 방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김홍희 작가님은 사진수업에서 수강생들에게 사진을 잘 찍는 테크닉을 가르치시기 보다 각자가 스스로 사진에 대한 철학을 갖게 하려 하신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풍경사진, 예쁜 아이들 사진 대신에 자신이 정한 주제에 맞는 5장의 사진을 찍어오는 숙제를 매주 주셨습니다. (풍경사진, 예쁜 아이들 사진은 누구라도, 조리개와 노출 값만 알면 똑같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고유한 자신의 주제를 사진에 담아오기를 권장하셨습니다.)

 

매주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5장의 사진을 찍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과제였습니다. 또 나름 지인들에게 사진을 좀 찍는다는 소리를 듣던 저로서는 매주 작가님으로부터 듣는 꾸지람에 자존심에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치고 난 후 비로소 ‘어떻게 사진을 찍고’, ‘어떤 사진들을 찍어가야겠다’는 사진에 대한 저만의 철학을 갖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셔터를 마구잡이로 누르며 사진을 찍어왔다면, 이제는 감정 혹은 주제를 사진으로 표현하려는 무의식적인 노력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사진을 좋아하거나, 처음 사진을 시작하는 분들께 김홍희 작가님이 쓰신 ‘나는 사진이다’라는 책을 선물하곤 합니다. 국내에 많은 사진집들이 있지만, 사진에 대한 철학, 태도를 다룬 책들은 많지 않습니다. ‘나는 사진이다’를 한번쯤 읽어보시면 ‘사진을 잘 찍는 방법’이 아닌 사진작가로서 ’사진을 대하는 자세’를 공감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강요되는 법칙들 - 세밀한 조리개, 노출 값에 대한 집착, 사용 렌즈에 대한 선호도, 황금률이라 불리는 구도 등 -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수 십년 동안 사진을 평론하시면서 수 없이 사진을 봐오셨을 한 사진평론가 분은 은퇴강연에서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에게 ‘여러분이 작가이며, 여러분이 예술입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사진을 찍으세요, 여러분이 하시는 게 바로 예술입니다.’ 비로소 그 동안 제가 그토록 찾았던 답을 이 말씀을 통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수학 공식처럼 정확히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감정을 사진이라는 수단을 통해 표현하는 예술 혹은 창작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테크닉, 카메라, 렌즈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카메라를 통해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정말 좋은 사진이 나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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